개인공간의 최소화, 공동시설의 극대화

한 사람이 평상시에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은 어느 정도 크기일까요?

일반적으로 말하는 최저주거 기준이 3인 가구 기준으로 주거면적 최소 8.8평(방2칸·부엌·화장실 구비)으로 잡는 것을 일단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1인당 주거 면적이 일단 3평에 약간 못 미칩니다. 하지만 저 공간에는 부엌과 화장실이 포함돼 있습니다.

부엌과 화장실을 합쳐서 최소 2평으로 잡는다면 남는 것은 6.8평, 1인당 2.3평이 약간 못 되는 면적입니다. 기본적인 가구나 전자제품 등의 수납 공간이 별도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므로 저 최저기준이 말하는 한 사람이 차지하는 기본적인 주거 면적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2평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주먹구구 계산이 아닙니다. 실제로 국내 교도소 재소자들의 1인당 수용면적은 0.75평이 기준입니다. 하지만 수납공간과 화장실 등을 제외하면 개인당 면적이 0.5평에 불과하고, 4.9평 크기의 방에는 5~7명, 5.7평 크기의 방에는 9명이 함께 살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이것을 '인간적인 수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생물학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사실만은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 생물학적으로 가능한 공간에 인간적인 부분을 결합한 공간을 계량해내고 그런 작업을 통해 가장 쾌적하고 효율적인 생활이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미래의 주택 모델과 주택 정책 방향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내가 기숙사와 찜질방을 결합한 형태의 공동주택을 미래의 주거시설 모델로 제시했더니 심리적인 거부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멀쩡한 내 집 두고 기숙사에서 생활하고픈 분들도 없을 것이고, 어쩌다 쉬러 가는 찜질방에서 평상시 생활을 한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얘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생물학적 기준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 공간은 그다지 넓지 않습니다. 사실 잠자는 공간과 자신의 개인적인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만으로 따지자면 거의 1인당 2평 이내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머지 공간, 식당과 화장실, 거실 등은 사실상 '공동화'가 가능한 시설들입니다. 아니, 오히려 공동화를 했을 때 가장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이 식당과 화장실, 거실 등입니다.

저도 가끔 찜질방을 이용하고 거기서 잠을 자기도 합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찜질방 시설을 숙박용으로 이용하는 것에는 불편이 많습니다. 우선 찜질방 가운데 지하에 위치한 곳은 공기가 탁해서 잠자고 난 뒤에 머리가 무겁고 몸이 개운하지 않더군요. 만일 찜질방 시설에서 숙박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가장 먼저 지하가 아닌 지상 시설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현재처럼 여러 사람들이 그냥 맨바닥에 누워서 자거나 또는 수면실이라고 해도 대충 칸막이만 된 정도로는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렵습니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대청마루처럼 넓은 곳에서 여럿이 함께 자는 것을 굳이 말릴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취침 시설은 개인적으로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고 특히 코고는 소리를 차단해 비교적 조용하고 쾌적하게 잠들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정도 요건이 갖춰진다면 저로서는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데 특별히 부담감이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찜질방처럼 사우나나 목욕 시설, PC방, 만화방, 영화감상 시설, 회의실, 모임공간, 식당 등이 패키지로 제공된다면, 게다가 이런 설비들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현재의 아파트보다 이용도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일본의 경우 번데기처럼 생긴 튜브형 취침 시설을 제공하는 숙박 시설이 현재 영업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시도했다가 영업이 부진해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라고 봤고, 다만 한 가지 빠진 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것 같은 찜질방적인 요소라고 봤습니다. 마치 옛날 구로동 공단지대에 다닥다닥 붙어서 운영했던 월세방들(뭐라고 부르는 명칭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같은 식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본 겁니다.

취침 공간은 최소화하되 청정한 공기와 소음으로부터의 차단 등 쾌적한 수면이 가능한 조건을 조성해주고, 기본적인 위생 조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동 목욕시설(사우나 등)이 딸려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넓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그냥 뒹굴기도 하고, 책도 읽고, TV도 보고, 영화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PC와 인터넷은 자신의 취침 공간에서 노트북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면 더 좋겠고 그게 아니면 PC방 시설을 이용해도 됩니다. 식당 시설은 기본이죠. 세탁은 공동 시설을 이용합니다.

물론 이 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와 등급은 다양해야 합니다. 가령 1인 가구인 경우 취침 시설을 2층으로 쪼개 한 층은 취침, 나머지 층은 개인 물품을 수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약간의 별도 공간을 부여해도 좋습니다. 아니면 시설 이용자들이 평상시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물품을 별도로 보관하는 시설도 갖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2인 이상의 가구, 부부와 1~2명의 자녀로 구성된 가구도 최대한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 점에서 기숙사의 개념을 결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5평 정도의 전용 면적이면 부부와 자녀 1인 정도로 구성된 3인 가구가 충분히 쾌적한 주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부 침실과 간단한 세면과 샤워 정도가 가능한 화장실, 냉장고 등의 수납 공간, 약간의 거실 공간이면 충분합니다. 이 정도라면 5평 이내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장농 등은 붙받이 가구를 이용해야 합니다. 아직 어린 나이의 자녀라면 벽에 붙은 접이식 침대를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TV나 PC, 인터넷 이용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나머지 식당이나 본격적인 목욕, 세탁 등은 공동 시설을 이용하면 됩니다.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와도 공동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봅니다.

이보다 더 가구 규모가 커지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경우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습니다. 즉, 모듈식 주거의 개념을 도입하는 겁니다.

사실 40~50평형대 아파트라고 해도 개인의 방은 대개 그만그만한 크기입니다. 거실이나 부엌, 베란다 등이 넓고 호화로워서 호화주택, 대형주택 소리를 듣는 겁니다.

내가 말하는 아파트 2.0에서는 가구 규모가 커지면 즉, 식구가 늘어나면 위에서 말한 기본 단위(모듈)를 하나씩 추가하면 됩니다. 5평 정도의 시설을 하나 더 이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같은 가구가 반드시 하나의 폐쇄된 공간에서 함께 살아야만 한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부부가 하나의 모듈을 이용하고 자녀들은 또 다른 모듈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 모듈들이 바로 옆 가구처럼 나란히 붙어 있어도 되지만 같은 아파트 2.0 안에서 좀 떨어져 있어도 됩니다.

좀더 나아가 부부는 기본 모듈 안에 거주하고 자녀들은 위에서 말한 1인용 취침 시설을 이용해도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안될 이유가 있습니까? 얼마든지 자녀의 생활 관리가 가능합니다. 오히려 지금의 아파트들보다 자녀들의 생활 관리가 훨씬 용이해지고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제가 제시하는, 기숙사와 찜질방을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주거서비스 모델의 개념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즉, 개인 공간의 최소/최적화와 공동 활용 시설의 극대화/효율화라는 것입니다.

by 구오스 | 2008/10/04 14:42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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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소마 at 2008/10/04 18:28
생각할수록 이 개념이 신기합니다. ^^
아무래도 기존 관념를 어느정도 바꿔아하기 때문일까요. 흠..
Commented at 2008/10/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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