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23일
정연주 비판하는 공희준에 대한 반론
명색이 기자 생활이란 걸 하면서 후배들 기사도 많이 고쳐주곤 했지만 그 가운데 특히 짜증이 나는 기사 가운데 하나가 사건과 갈등의 원인을 '밥그릇 싸움'에 돌리는 기사들이다.
A와 B가 이런 이슈를 놓고 붙었는데, 그 원인은 결국 밥그릇 싸움이에요...
이런 식으로 소위 '야마'가 잡힌 기사를 보면 그 기사를 쓴 후배 기자를 불러 물어본다.
"그래, A와 B가 싸우는데, 그 원인이 밥그릇 싸움이라면 A와 B 가운데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야?"
"다 똑같은 놈이라는 얘기지요."
"그럼, 그 싸움에 대해 아무 할 말도 없고, 말할 필요도 없는 거네? 그런데 이 기사는 왜 썼어?"
이 세상의 모든 갈등과 대립, 투쟁 가운데 밥그릇 싸움 아닌 게 하나라도 있을까? 모두가 다 밥그릇 싸움이다. 밥그릇 싸움, 요즘 말로 먹고사니즘은 인류가 생겨난 이래, 아니 이 세상에 생명체가 출현하고 생태계라는 것이 만들어진 이래 이 세상의 질서를 지배해온 영구불변의 자연법칙이다. 그걸 누가 부인하랴?
하지만 전에도 말한 것처럼 모든 사건을 다 설명할 수 있는 규정은 사실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규정이나 마찬가지다. 그래, A와 B가 싸우는데, 그게 밥그릇싸움이고 먹고사니즘의 발로이다... 그래서 어떻다고? 도대체 그런 얘기를 왜 하는데?
말 그대로 그냥 먹고사니즘의 발로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해도 될 사건들이 있다. 골목길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슈퍼의 주인들이 서로 경쟁하다가 감정이 상해서 어느날 서로 주먹질을 했다... 그 정도라면 그냥 먹고사니즘이라고 해도 된다. 하지만 근처에 등장한 대형 할인양판점 때문에 그 동안 서로 싸우면서도 공존해온 슈퍼들이 모두 쫄딱 망하게 생겼다면? 그걸 그냥 먹고사니즘의 문제라고 비웃을 수 있을까?
언론이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이슈들은 대부분 이런 성격을 갖는다. 조폭들이 나와바리 다툼을 벌이는 사건을 놓고 '이슈, 쟁점' 이따위 식으로 보도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언론이 다루는 사회적 갈등이나 쟁점들의 근저에는 여러 계급과 집단, 세력들이 그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놓고 서로 다투는 그 밥그릇싸움, 먹고사니즘이 깔려 있다. 문제는 그 먹고사니즘의 대립 투쟁 가운데 어느쪽이 그 사회의 발전에 좀더 긍정적이고 전향적이고 진보적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8시간 노동을 위한 투쟁도 밥그릇싸움이고 먹고사니즘의 발로이다.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것은 어떤가? 노동삼권이 최소한의 법률적 보장을 갖추게 된 것도 자신들의 밥그릇을 보호하기 위해 몇 세기에 걸쳐 처절하게 싸워온 노동자들의 먹고사니즘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런 사회적 갈등, 대립 투쟁을 보면서 "저 새끼들 지금 밥그릇싸움하고 있는 거야, 다 똑같은 새끼들이지" 이렇게 주절거리는 기자 새끼는 하루빨리 기자 생활 그만두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언론사를 위해서나 좋은 일이다. 그런 소리 주절대면서 기자생활 편하게 잘하고 있다면 틀림없이 조중동 비슷한 무리들이라고 봐도 된다.
인터넷 논객들도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논객이라는 타이틀 달고 글을 쓴다면 이런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글이 갖는 책임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몹 공희준(이미 공인이라고 보기 때문에 존칭을 생략한다)의 글들은 이런 점에서 심각한 편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과 검찰 수사를 둘러싼 싸움을 공희준은 노빠들의 밥그릇 챙기기, 지키기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난 정연주가 자신의 밥그릇 때문에 이렇게 싸운다고도 보지 않지만 설혹 밥그릇 싸움이라고 해도 이 싸움이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연주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 싸운다면 그래서 정연주를 지켜줄 필요가 없다면 반대로 정연주를 쫓아내고 KBS 사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무리들은 밥그릇 따위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무리들이란 말인가? 양쪽이 다 함께 밥그릇 때문에 싸운다면 왜 그 그릇을 지키려는 정연주는 욕하고, 그 그릇을 뺏으려는 이명박과 그 졸개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공희준의 글은 지나치게 치사한 접근 방식이다. 한마디로 유치찬란하다. 정말 정연주가 먹고살 길이 없어서, 호구지책이 막연해서 저렇게 버틴다고 보는가? 정연주가 정말 자신의 이익을 챙겼다면 KBS 사장직을 놓고 얼마든지 이명박과 거래를 해서 적지 않은 댓가를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연주가 그런 계산을 할 머리와 지식이 없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세상을 자기 수준으로만 보지 마라.
개인적인 이익 차원에서 보자면 정연주는 이번 싸움으로 얻는 게 거의 없다. 폼나게 퇴직해서 중요성은 덜하지만 훨씬 편안한 자리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공희준이 항상 강조하는 억대 연봉... 그 정도가 아니다. 세상을 자기 수준으로만 보지 마라). 최소한 그냥 은퇴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연주는 이번 싸움으로 검찰 들락거리고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다시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이명박의 지저분한 심성으로 유추하건데 지금 정연주를 감옥에 보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공희준이 출세한 노빠들 욕하면서 빠트리지 않는 얘기가 '억대 연봉'이다. 정말 유치하게 놀지 마라. 억대 연봉, 지금 대한민국에서 흔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희귀한 것도 아니다. 노빠들이 억대 연봉 받는 게, 아니 받았던 게 그렇게 아니꼬운가? 솔직히 말해 나는 노빠들에게 그 이상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공만 잘 차도, 야구 방망이만 잘 휘둘러도, 주먹질만 잘해도 몇억, 몇십억, 몇백억씩 번다. 노래를 잘해도 아니 그냥 얼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도 몇 십억, 몇 백억 우습게 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민주화되고 발전한 것에 노빠들이 더 공헌했을까, 김태희나 박지성이나 이효리나 박찬호가 더 공헌했을까? 민주화의 가치가 더 큰가, 그 민주화 때문에 꽃피울 수 있었던 대중문화나 스포츠의 가치가 더 큰가?
모든 가치를 교환가치에 근거해서만 판단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문화나 스포츠 스타들이 돈 많이 버는 것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노빠들로 상징되는,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가치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 불만이라면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희생과 노력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지적해야지, 받을만한 친구들이 대우를 받는 것을 갖고 시비해서는 안 된다.
노빠들에 대한 이런 불만 때문에 공희준은 균형을 잃곤 한다. 노빠들이 서민들을 위해 불우이웃 돕기 헌금을 낸 적이 없다는 식의 지적은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우선 그것부터 한번 따져보자. 노빠들이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개인적인 기부나 헌금 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한가? 나도 많지 않은 돈이나마 개인적으로 기부하곤 했지만 그런 얘기를 주위에 한 적은 없다. 노빠들이 만일 공개적으로 저런 기부나 헌금을 했다면 공희준은 틀림없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선 행사를 한다고 비판했을 것 같은데, 아닌가? 내 오해인가?
무엇보다 공희준의 지적이 수준 이하라는 것은 공직에 오른 노빠들의 평가와 그들의 개인적인 자선 행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망각 또는 고의로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희준의 기준대로 따지자면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거액의 기부를 약속한(아직 실현은 되지 않았지만) 이명박이야말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대통령, 성군이라고 해야겠다. 공직에 오른 인물은 그가 공직을 통해 이룬 업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기부? 헌금? 정말 지금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이냐? 기부나 헌금 등 자선행위 여부는 공직이 아니라 개인적인 종교생활이나 품성을 평가할 때 동원해야 한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서 공직에 있었던 노빠들의 업무 성적이 좋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업무 평가와 자선 행위를 연결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싶은 것이다.
한미 FTA 관련 보도, 서민생활에 대한 보도태도 등을 들어 정연주 시절의 KBS를 비판하는 것도 내가 보기에는 삽질이다. KBS가 미국-멕시코 FTA 이후의 멕시코 상황을 취재해 반영한 프로그램은 무어라고 봐야 하는가? 그밖에도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KBS의 프로그램은 꽤 많았던 것으로 안다. 비판을 하려면 기본적인 시각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공희준의 정연주나 KBS 비판에는 지나치게 감정이 개입돼 있다.
한미FTA나 민생 문제에 대해 KBS가 너무 소홀한 것처럼 공희준에게는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는 공영방송의 성격에 대한 오해이다. KBS는 공영 방송이지, 계급성을 갖는 진보 언론매체가 아니다. 전국민, 전계급적 이해를 프로그램 제작이나 편성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KBS가 한미 FTA나 민생문제에 올인했다면 공희준이나 일부 좌파들은 환호했을지 모르지만, 엄격히 말해 그것은 공영방송으로서 KBS나 그 사장인 정연주의 직무유기이자 월권이라고 비판받아야 한다.
촛불시위가 사그러든 책임을 KBS 투쟁에 돌리는 것도 황당하다. 도대체 KBS에 싸우러 간 촛불 시위대가 몇 명이나 됐나? 내가 알기로 아무리 많아도 몇천 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때문에 촛불시위가 죽었다? 촛불시위 때문에 관광수입도 줄었고,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이명박 무리들의 주장이 차라리 논리적이다.
공희준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이 당선되고 주경복이 낙선한 책임을 따지면서 '도대체 진보진영이 이번 선거에 얼마나 전력투구했나?'고 나무란다. 내가 알기로는 꽤 열심히 했다. 내가 이런저런 운동권 출신 지인들에게 받은 문자와 전화도 꽤 된다.
나 역시 할 수 있는한 주경복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보수적인 분위기이지만 교회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 주경복 지지를 호소했다. 투표 당일은 시외로 나갈 행사가 있었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같이 일어나 투표를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결과는 그렇게 나왔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보진영에 물을 수도 있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또다른 교만이고 무책임이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진보진영을 나무라는 공희준은 또 바로 이어서 '주경복 선거운동 진영에 경상도 노빠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보면서 선거 패배를 예감했다'는 식으로 말한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선거운동을 하라는 말인가, 하지 말라는 말인가? 경상도 노빠들이 선거운동 방해하러 주경복 진영에 침투했다는 얘기인가? 차라리 진보운동에 대한 특허라도 출원하는 게 어떤가?
내 글들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 역시 노빠들 특히 경상도 노빠들에 대해서는 감정이 좋지 않다. 앞으로도 사이가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혀 없다'라고 단언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공희준 식의 비판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노빠들을 제대로 비판할 수도 없고 진보개혁 진영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KBS 싸움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싸움과 관련해 내가 정말 욕하고 싶은 인간들은 정연주가 아니다. KBS 이사진에 있다가 이명박 무리들의 압력이 들어가자 슬금슬금 꼬리 숙이고 적당히 타협해 자리를 내준 무리들이다. 그 인간들이 정연주의 반의 반만한 기백이라도 갖고 버텨줬다면 KBS가 이 모양 이 꼬라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노무현과 노빠들을 욕하려면 그런 무리들을 KBS 이사진에 앉혀준 것을 욕해야 한다. 욕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라는 얘기다. 욕을 하려면 똑 이렇게 하렸다... 거의 반세기 전에 김지하가 한 얘기이지 않은가.
A와 B가 이런 이슈를 놓고 붙었는데, 그 원인은 결국 밥그릇 싸움이에요...
이런 식으로 소위 '야마'가 잡힌 기사를 보면 그 기사를 쓴 후배 기자를 불러 물어본다.
"그래, A와 B가 싸우는데, 그 원인이 밥그릇 싸움이라면 A와 B 가운데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야?"
"다 똑같은 놈이라는 얘기지요."
"그럼, 그 싸움에 대해 아무 할 말도 없고, 말할 필요도 없는 거네? 그런데 이 기사는 왜 썼어?"
이 세상의 모든 갈등과 대립, 투쟁 가운데 밥그릇 싸움 아닌 게 하나라도 있을까? 모두가 다 밥그릇 싸움이다. 밥그릇 싸움, 요즘 말로 먹고사니즘은 인류가 생겨난 이래, 아니 이 세상에 생명체가 출현하고 생태계라는 것이 만들어진 이래 이 세상의 질서를 지배해온 영구불변의 자연법칙이다. 그걸 누가 부인하랴?
하지만 전에도 말한 것처럼 모든 사건을 다 설명할 수 있는 규정은 사실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규정이나 마찬가지다. 그래, A와 B가 싸우는데, 그게 밥그릇싸움이고 먹고사니즘의 발로이다... 그래서 어떻다고? 도대체 그런 얘기를 왜 하는데?
말 그대로 그냥 먹고사니즘의 발로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해도 될 사건들이 있다. 골목길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슈퍼의 주인들이 서로 경쟁하다가 감정이 상해서 어느날 서로 주먹질을 했다... 그 정도라면 그냥 먹고사니즘이라고 해도 된다. 하지만 근처에 등장한 대형 할인양판점 때문에 그 동안 서로 싸우면서도 공존해온 슈퍼들이 모두 쫄딱 망하게 생겼다면? 그걸 그냥 먹고사니즘의 문제라고 비웃을 수 있을까?
언론이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이슈들은 대부분 이런 성격을 갖는다. 조폭들이 나와바리 다툼을 벌이는 사건을 놓고 '이슈, 쟁점' 이따위 식으로 보도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언론이 다루는 사회적 갈등이나 쟁점들의 근저에는 여러 계급과 집단, 세력들이 그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놓고 서로 다투는 그 밥그릇싸움, 먹고사니즘이 깔려 있다. 문제는 그 먹고사니즘의 대립 투쟁 가운데 어느쪽이 그 사회의 발전에 좀더 긍정적이고 전향적이고 진보적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8시간 노동을 위한 투쟁도 밥그릇싸움이고 먹고사니즘의 발로이다.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것은 어떤가? 노동삼권이 최소한의 법률적 보장을 갖추게 된 것도 자신들의 밥그릇을 보호하기 위해 몇 세기에 걸쳐 처절하게 싸워온 노동자들의 먹고사니즘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런 사회적 갈등, 대립 투쟁을 보면서 "저 새끼들 지금 밥그릇싸움하고 있는 거야, 다 똑같은 새끼들이지" 이렇게 주절거리는 기자 새끼는 하루빨리 기자 생활 그만두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언론사를 위해서나 좋은 일이다. 그런 소리 주절대면서 기자생활 편하게 잘하고 있다면 틀림없이 조중동 비슷한 무리들이라고 봐도 된다.
인터넷 논객들도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논객이라는 타이틀 달고 글을 쓴다면 이런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글이 갖는 책임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몹 공희준(이미 공인이라고 보기 때문에 존칭을 생략한다)의 글들은 이런 점에서 심각한 편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KBS 정연주 사장의 해임과 검찰 수사를 둘러싼 싸움을 공희준은 노빠들의 밥그릇 챙기기, 지키기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난 정연주가 자신의 밥그릇 때문에 이렇게 싸운다고도 보지 않지만 설혹 밥그릇 싸움이라고 해도 이 싸움이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연주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저렇게 싸운다면 그래서 정연주를 지켜줄 필요가 없다면 반대로 정연주를 쫓아내고 KBS 사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무리들은 밥그릇 따위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무리들이란 말인가? 양쪽이 다 함께 밥그릇 때문에 싸운다면 왜 그 그릇을 지키려는 정연주는 욕하고, 그 그릇을 뺏으려는 이명박과 그 졸개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공희준의 글은 지나치게 치사한 접근 방식이다. 한마디로 유치찬란하다. 정말 정연주가 먹고살 길이 없어서, 호구지책이 막연해서 저렇게 버틴다고 보는가? 정연주가 정말 자신의 이익을 챙겼다면 KBS 사장직을 놓고 얼마든지 이명박과 거래를 해서 적지 않은 댓가를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연주가 그런 계산을 할 머리와 지식이 없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세상을 자기 수준으로만 보지 마라.
개인적인 이익 차원에서 보자면 정연주는 이번 싸움으로 얻는 게 거의 없다. 폼나게 퇴직해서 중요성은 덜하지만 훨씬 편안한 자리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공희준이 항상 강조하는 억대 연봉... 그 정도가 아니다. 세상을 자기 수준으로만 보지 마라). 최소한 그냥 은퇴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연주는 이번 싸움으로 검찰 들락거리고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다시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이명박의 지저분한 심성으로 유추하건데 지금 정연주를 감옥에 보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공희준이 출세한 노빠들 욕하면서 빠트리지 않는 얘기가 '억대 연봉'이다. 정말 유치하게 놀지 마라. 억대 연봉, 지금 대한민국에서 흔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희귀한 것도 아니다. 노빠들이 억대 연봉 받는 게, 아니 받았던 게 그렇게 아니꼬운가? 솔직히 말해 나는 노빠들에게 그 이상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공만 잘 차도, 야구 방망이만 잘 휘둘러도, 주먹질만 잘해도 몇억, 몇십억, 몇백억씩 번다. 노래를 잘해도 아니 그냥 얼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도 몇 십억, 몇 백억 우습게 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민주화되고 발전한 것에 노빠들이 더 공헌했을까, 김태희나 박지성이나 이효리나 박찬호가 더 공헌했을까? 민주화의 가치가 더 큰가, 그 민주화 때문에 꽃피울 수 있었던 대중문화나 스포츠의 가치가 더 큰가?
모든 가치를 교환가치에 근거해서만 판단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문화나 스포츠 스타들이 돈 많이 버는 것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노빠들로 상징되는,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가치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 불만이라면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희생과 노력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지적해야지, 받을만한 친구들이 대우를 받는 것을 갖고 시비해서는 안 된다.
노빠들에 대한 이런 불만 때문에 공희준은 균형을 잃곤 한다. 노빠들이 서민들을 위해 불우이웃 돕기 헌금을 낸 적이 없다는 식의 지적은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우선 그것부터 한번 따져보자. 노빠들이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개인적인 기부나 헌금 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한가? 나도 많지 않은 돈이나마 개인적으로 기부하곤 했지만 그런 얘기를 주위에 한 적은 없다. 노빠들이 만일 공개적으로 저런 기부나 헌금을 했다면 공희준은 틀림없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선 행사를 한다고 비판했을 것 같은데, 아닌가? 내 오해인가?
무엇보다 공희준의 지적이 수준 이하라는 것은 공직에 오른 노빠들의 평가와 그들의 개인적인 자선 행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망각 또는 고의로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희준의 기준대로 따지자면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거액의 기부를 약속한(아직 실현은 되지 않았지만) 이명박이야말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대통령, 성군이라고 해야겠다. 공직에 오른 인물은 그가 공직을 통해 이룬 업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기부? 헌금? 정말 지금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이냐? 기부나 헌금 등 자선행위 여부는 공직이 아니라 개인적인 종교생활이나 품성을 평가할 때 동원해야 한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서 공직에 있었던 노빠들의 업무 성적이 좋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업무 평가와 자선 행위를 연결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싶은 것이다.
한미 FTA 관련 보도, 서민생활에 대한 보도태도 등을 들어 정연주 시절의 KBS를 비판하는 것도 내가 보기에는 삽질이다. KBS가 미국-멕시코 FTA 이후의 멕시코 상황을 취재해 반영한 프로그램은 무어라고 봐야 하는가? 그밖에도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KBS의 프로그램은 꽤 많았던 것으로 안다. 비판을 하려면 기본적인 시각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공희준의 정연주나 KBS 비판에는 지나치게 감정이 개입돼 있다.
한미FTA나 민생 문제에 대해 KBS가 너무 소홀한 것처럼 공희준에게는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는 공영방송의 성격에 대한 오해이다. KBS는 공영 방송이지, 계급성을 갖는 진보 언론매체가 아니다. 전국민, 전계급적 이해를 프로그램 제작이나 편성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KBS가 한미 FTA나 민생문제에 올인했다면 공희준이나 일부 좌파들은 환호했을지 모르지만, 엄격히 말해 그것은 공영방송으로서 KBS나 그 사장인 정연주의 직무유기이자 월권이라고 비판받아야 한다.
촛불시위가 사그러든 책임을 KBS 투쟁에 돌리는 것도 황당하다. 도대체 KBS에 싸우러 간 촛불 시위대가 몇 명이나 됐나? 내가 알기로 아무리 많아도 몇천 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때문에 촛불시위가 죽었다? 촛불시위 때문에 관광수입도 줄었고,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이명박 무리들의 주장이 차라리 논리적이다.
공희준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이 당선되고 주경복이 낙선한 책임을 따지면서 '도대체 진보진영이 이번 선거에 얼마나 전력투구했나?'고 나무란다. 내가 알기로는 꽤 열심히 했다. 내가 이런저런 운동권 출신 지인들에게 받은 문자와 전화도 꽤 된다.
나 역시 할 수 있는한 주경복 찍어달라고 호소했다. 보수적인 분위기이지만 교회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 주경복 지지를 호소했다. 투표 당일은 시외로 나갈 행사가 있었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같이 일어나 투표를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결과는 그렇게 나왔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보진영에 물을 수도 있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또다른 교만이고 무책임이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진보진영을 나무라는 공희준은 또 바로 이어서 '주경복 선거운동 진영에 경상도 노빠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보면서 선거 패배를 예감했다'는 식으로 말한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선거운동을 하라는 말인가, 하지 말라는 말인가? 경상도 노빠들이 선거운동 방해하러 주경복 진영에 침투했다는 얘기인가? 차라리 진보운동에 대한 특허라도 출원하는 게 어떤가?
내 글들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 역시 노빠들 특히 경상도 노빠들에 대해서는 감정이 좋지 않다. 앞으로도 사이가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혀 없다'라고 단언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공희준 식의 비판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노빠들을 제대로 비판할 수도 없고 진보개혁 진영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KBS 싸움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싸움과 관련해 내가 정말 욕하고 싶은 인간들은 정연주가 아니다. KBS 이사진에 있다가 이명박 무리들의 압력이 들어가자 슬금슬금 꼬리 숙이고 적당히 타협해 자리를 내준 무리들이다. 그 인간들이 정연주의 반의 반만한 기백이라도 갖고 버텨줬다면 KBS가 이 모양 이 꼬라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노무현과 노빠들을 욕하려면 그런 무리들을 KBS 이사진에 앉혀준 것을 욕해야 한다. 욕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라는 얘기다. 욕을 하려면 똑 이렇게 하렸다... 거의 반세기 전에 김지하가 한 얘기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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