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촛불시위는 승산이 없다

 
웬만하면 이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한참 열심히 싸우는 동지들 등뒤에서 느닷없이 칼을 찌르는 느낌이기도 하고...
 
하지만 더 이상 시기를 늦추면 정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얘기한다. 촛불시위는 승산이 없다. 빨리 정리하고, 질서 있는 퇴각을 시작해야 한다.
 
촛불시위가 이렇게 크게 타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이명박이 대선 이후 인수위 시절을 거쳐 임기 초반 고소영 강부자 인사 파동에 이르기까지 보여줬던 모습에 대한 대중들의 충격과 환멸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10여년 간 대중들이 절차적이고 제도적인 차원의 민주화와 자유를 만끽해온 탓에 이명박 일당이 보여주는 뻔뻔함과 말도 안 되는 깽판질에 경악한 탓이 크다.
 
십대 소녀들이 촛불시위에 쏟아져나온 것은 한마디로 10여년 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순진함 때문이다. 당연하게 주어지고 누리는 것으로 알았던 대중의 권리(건강권도 포함된다)가 이렇게 쉽게 무시되고 능멸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악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촛불시위의 정서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경악'이고 그 기질적 특성을 규정하라면 '순진/단순함'이라고 할 수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나온 것도 실은 1980년대의 관성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전선이 비교적 단순했다. 파쇼의 탄압이 두렵기는 해도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는 비교적 명확했다. 속된 표현으로 우리나라, 나쁜 나라를 구분하는 데 복잡하게 해골 굴릴 필요는 없었다는 얘기다. 아주 후진적인 대중이 아닌, 기본적인 정치적 교양만 갖춘 사람이라면 이건 누구에게나 명확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바로 이 시기의 경험에 젖어 있다. 문제는 언제 치고 나가느냐의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뭐가 옳고 그른가의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사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이명박이 쇠고기 수입협상에서 개삽질을 한 것은 맞다. 대중의 분노는 정당하다. 하지만 이 사안은 이렇게 크게 키울 사안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그렇게 올인할 카드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확실하지 않은 카드에 올인한 후유증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대중들은 분노했고 경악했지만 서서히 이명박정권이라는 깡패집단에 적응하고 있다. 도스토에프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한국은 몇백년 피흘려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경험과 전통이 있는 나라가 아니다.
 
지도부가 없는 투쟁은 공세 국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진군 속도가 빠르고 대중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일단 하강 국면, 수세로 접어들게 되면 타격도 더 크고 빠르게 입게 된다. 리더십이란 것은 후퇴할 때 훨씬 소중하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촛불시위는 지도부가 없는 투쟁이다.
 
사람들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등장을 보면서 감격하고 환호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촛불시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불길한 징조라고 느꼈다. 이 싸움, 매우 불길하다. 지금 철수를 시작해야 한다.
 
80년대의 투쟁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일종의 상징화된 권위로서 역할을 했다. 합리적인 권위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그게 먹혀들기 어렵다. 만일 이 싸움에서 실패한다면 소위 운동권이나 진보진영 나아가 범야권이나 반이명박 진영 전체의 권위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이론적이고 합리적인 배경이 없는 권위는 그만큼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을 갖지만 일단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결과는 매우 처참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몰락이 자칫 반이명박 진영 전체의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 촛불시위를 통해 얻은 것도 있다. 대운하의 철회를 이끌어낸 것이 결정적이다. 그리고 조중동의 권위에 대중적인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이 싸움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 모든 성과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기동전으로만 승부를 볼 수는 없다. 대표적인 기동전 형태인 길거리 투쟁으로 정권을 끝장내기는 어렵다. 적은 장기전/진지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KBS와 MBC, 인터넷의 무력화이다. 이 싸움에 집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조중동의 무력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싸움이다.
 
이왕 얘기 나온 김에 말한다. 종교집단에 의지하면 안된다. 일시적인 제휴 또는 협력은 가능하지만 종교집단에 의지하면 반드시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명망가 중심 운동으로 빠지기 쉽고 또, 대중의 자생적인 투쟁 동력을 도매금으로 팔아넘기게 된다. 폭력 얘기만 나와도 손사레를 치게 된다. 적의 압도적인 폭력 앞에 그저 벌렁벌렁 드러눕는 것은 매우 나쁜 버릇이다. 87년의 그 드러눕는 버릇이 지금까지 우리 변혁운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때도 아스팔트에 드러눕는 후배들에게 말했다.
 
"파쇼 앞에서 왜들 발라당 드러눕냐? 니들이 창녀냐?"
 
이명박은 독사같은 놈이다. 지금 이를 갈면서 이쪽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순진한 촛불 따위로 독사 대가리를 박살낼 수 있다고 믿지 말라.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무척 망설였다. 욕도 많이 얻어먹을 것 같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이게 80년대에 운동이란 걸 했던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by 구오스 | 2008/07/01 23:55 | 트랙백(6) | 핑백(1) | 덧글(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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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7/02 00: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익명 at 2008/07/02 00:12
불편하지만 냉철한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추가협상과 대운하등의 승리(너무나 작은것이라 말하여지지만)를 얻은뒤 '일단은 봐준다. 하지만 다시 뭔가 거슬리면...'과 같이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일단'은 물러서야 했으나 지금 그 때를 놓친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최근 듭니다.

광우병이 올인할 카드가 아니었다는 말이 공감되네요.
Commented by 나야꼴통 at 2008/07/03 16:44
대운하 는 승리가 아닌것 같습니다.

그냥.. 보여주기 식 후퇴 일뿐 그것 만으로 승리라 자축하면 안될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모에매니아 at 2008/07/02 00:20
공감 보냅니다.
Commented by 모에매니아 at 2008/07/02 00:21
이 글이 3회 이상 신고되어 보낼 수 없다고 하네요, 웬 할일 없는 작자들이 이러는지 원...-__-
Commented at 2008/07/02 00: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제리 at 2008/07/02 01:16
공감합니다.
이명박은 이런 시위도 물러날 양반이 아니죠.
Commented by loony at 2008/07/02 01:24
대운하 포기하겠다는 맹세를 한적도 없는데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37039
이렇게 여기저기서 냄새는 여전히 풍기고 다니니 대운하 포기 했는지도 영 불안할 다름입니다.;
Commented by 하이에나 at 2008/07/02 01:34
당연하게 주어지고 누리는 것으로 알았던 대중의 권리(건강권도 포함된다)가 이렇게 쉽게 무시되고 능멸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악한 것이다. <- 공감 백만표.
그리고 현재 시국에 관심없는 사람들에 한마디 하자면 적응되었다기 보다는 폭력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꿈쩍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찰이 손가락을 물어뜯은 것도 충격인데..)
Commented at 2008/07/02 02:2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깊고푸른 at 2008/07/02 04:16
그러게요..저들의 잃어버린 10년..
결코 놓치지 않으려할텐데..
마음이 아파요....
Commented by 아이비 at 2008/07/02 06:09
아... 불편하네요. 쓰시는 분은 불편하다 못해 아프셨겠죠.
Commented by 지나군 at 2008/07/02 06:48
승산이 없어도, 계속 합니다.
내려오기 싫으면
전부 연행해가면 되겠네요. 그러면 끝날까요?
Commented by link at 2008/07/02 06:48
이명박이 폭력적으로 시위 좀 하고 청와대 앞까지 달려간다고 말 들을 사람이 아니죠. 촛불 시위의 목표는 이명박 하야가 아닙니다. 쇠고기 재협상이죠. 이명박 하야를 목표로 하는 것은 명분도 시민의 호응도 얻을 수 없습니다. 어쨌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아닙니까.

긴 싸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명분을 잃은 이명박은 대통령의 권위를 잃어버렸습니다. 그가 정말 이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최소한 국민투표 혹은 중간평가라도 받겠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폭력으로 시작된 촛불이 아니기에 끝까지 이 촛불은 비폭력으로 가야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인형사 at 2008/07/02 06:51
말씀하신대로 처음에 건강권으로 시작된 사태입니다. 정권퇴진이나 다른 이슈 잘라버리고 건강권 문제로 돌아와 재협상까지 밀어야할 것입니다.

광우병사태를 과장된 두려움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는 분들이 주로 이슈전환이나 후퇴를 말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후퇴는 광우병문제가 다른 이슈의 핑계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공안정국을 불러올 것입니다.

저는 식품안전이라는 공공재의 축소에 대한 반발로 보기에 충분히 실체가 있는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정권이 광우병문제에 정권의 운명을 걸고 있으므로 광우병문제에만 집중해도 다른 이슈들은 자동적으로 따라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사발대사 at 2008/07/02 07:19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님의 말씀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지금 시민측의 주장이 절대 틀린 것인데, 즉 미국 쇠고기는 절대로 안전한데 MBC PD수첩이 왜곡보도를 해서 시위하는 분들이 모두 낚였을 때에만 가능한데

현재 세계 그 어느 누구도 미국 쇠고기는 절대로 안전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전하다고도 안전하지 않다고도 말 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불확실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위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 "

지금은 prepare for the worst 해야 할 시기이며 따라서 촛불시위는 정당합니다.
Commented by 炎帝 at 2008/07/02 09:03
뭐랄까요. 밑에 써져있는, '촛불을 끄면 죽는다'라는 글하고 대조되는군요.;
전 지금의 촛불집회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과 같은 상황이라 생각하는데...
올라타면 하루만에 천리를 가지만 일단 한번 올라타면 쉽게 내리지 못하는....
Commented by 플루토 at 2008/07/02 10:16
글쓴 분도 약간은 80년대의 스타일에 아직 젖어계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의 촛불집회에는 권위고 뭐고 원래 없습니다. 적의 압도적인 폭력 앞에 드러눕지 않으면 뭘 하겠습니까? 반격이야말로 촛불이 힘을 잃을 가장 큰 이슈죠. 실제로 사람들은 시위탄압에 분노하면서도, 촛불집회에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진 폭력적인 반항에 고개들을 돌려버렸습니다. 그게 촛불집회의 현 주소입니다. 그리고 촛불집회는 공감하는 숫자를 잃는 순간 끝입니다.
이번 천주교 사제님들의 가담은 그야말로 시의적절했다고 봅니다. 민중이 가진 건 대의밖에 없으니까요. 대의가 어디에 있는가 이 이상 적절하게 증명할 수 있는 행동이 어디 또 있을까요. 또한, 이번 집회가 '대통령을 설득하는 집회가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집회다'라는 인식도 아주 정확했습니다. 이명박을 몰아낸다는 초강수보다 손발을 완전히 자르고 허수아비로 만들어야 한다는 온건파들의 의견에 가깝지만, 그게 더 실현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Commented by Cloudia at 2008/07/02 10:18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 촛불을 못 놓는 이유는,
잠깐 촛불을 놓는 시늉을 했더니 정부가 신나게 반대세력을 쳐바르려는 의도를 내비쳤기 때문이지요....-_-;; 이미 재협상이 물건너간 것 같아보여도 촛불을 안 놓는 것은, 현재의 촛불은 '우리는 여전히 지켜보고있다'의 의도가 강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카루 at 2008/07/02 10:25
이오공감 보고 들어왔습니다. 요새 답답해요. 앞날이 보이지가 않아서요. 사제단이 매일 미사하고 단식 들어간다는 소식 듣고 감동했지만 한편으로 정말 걱정되더군요. 이놈의 정부가 그런다고 말 들을 정부가 아닌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요. 정말 사제님 몇분 쓰러지실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조중동이 건재하는 한, 그분들의 고귀한 노력도 묻히고, 헛된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섭습니다. 이미 촛불집회에 나가서 만신창이가 된 시민들의 노력도 헛된 것으로 만드려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놈들입니다... 이 기회에 조중동을 말려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합니다. 완전히 멸망시켜야 합니다.
Commented by 건전유성 at 2008/07/02 10:26
정말 대운하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신다면, 정말 순수한 분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 at 2008/07/02 10:35
글 잘 읽었습니다.
전체적인 글쓰신 취지는 잘 알고 공감하는 바도 있습니다.

그런데
"파쇼 앞에서 왜들 발라당 드러눕냐? 니들이 창녀냐?"
라는 부분에서 잠시 뜨악했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라는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런 언어표현은 누군가에는 불편함을 줄 것 같습니다.

진보를 논하고 자유를 논하고 민주주의를 논하는 사람들마저도 흔히
범하는 실수가 아닌 가 싶습니다. 다른 성에 대해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언어구사는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피할 수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창녀'라는 단어는 여성의 성에 가해지는 언어적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의한 폭력에 대해 반대하고 모두가 평등하고 인간의 권리를 누리기 위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라면 더더욱 이런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관된 모습, 자신도 누군가에게 억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한번만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글쓰신 분이 의도적으로 쓰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쓴 분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떤 노파심정도로 생각해주세요.
Commented by teh2 at 2008/07/03 09:51
공감합니다; 예민하다 여기실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바꿔보면 그 느낌을 조금 이해하실까요?
"파쇼 앞에서 왜들 발라당 드러눕냐? 니들이 남창이냐?"
Commented by 유리알 at 2008/07/02 10:38
Cloudia 님의 말씀에 공감하는 1人..
하지만 구오스님 말씀대로 걱정은 됩니다. 이미 '촛불'은 언론에 너무 자주 노출되었고, 그만큼 쉽게 표적이 될 겁니다. 뒤집어씌우기 쉬운 대상이 되었다는 거예요. 다른 방법으로 실력행사를 계속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애초부터 지도부 없던 행동이었으니 멈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Commented by Unique at 2008/07/02 10:40
이명박이란 사람, 태어날 땐 가난했을지라도 딱히 큰 좌절없이 승승장구하며 살아온 인생이라 겉으론 겸손한 척 국민들 이해한 척해도 절대 자기생각을 굽히지 않을껍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전 촛불시위가 끝나면 그게 더 큰 문제라 생각해요. 어차피 시위했던 사람들이 모인 목표는 '쇠고기 문제'였기 때문에 대운하가 철회된 것과 상관없이 쇠고기 문제가 진전되었다고 느끼기전까지는 촛불집회는 멈추지않을꺼고 멈춰서도 안됩니다. 왜? 국민들이 단합된 힘으로 비폭력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낸 경험은 건전한 민주사회를 구성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거든요. 만약 여기서 좌절되어봐요. 정치에대한 무관심은 급속도로 빨라질껍니다. 일종의 패배주의죠.

더구나 여기서 물러나면 이명박 역시 자신이 생각했던 의료보험 민영화, 대운하, 상수도 민영화 모두 다시 추진할껍니다. 촛불집회도 꺾고 쇠고기 문제를 해결했는데 저런 것 쯤이야하는 생각이 없겠습니까? 전 그게 더 무서워요.

어차피 이번 싸움은 국민들이 이겨야하는 싸움이고, 비폭력으로 간다면 질긴 놈이 이기는 싸움입니다. 개인적으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고 먹을 생각입니다만 그것과 별개로 이번엔 국민들이 이겨야한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쇼코라 at 2008/07/02 10:52
문제는 '이미' 물러설 시기를 놓쳤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싸움은 5년의 장기전이며, 그렇다면 다음, 그 다음 다시 싸울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을 때 물러섰어야 했는데, 그 때 후퇴를 주장하는 분들의 말에 대해 귀를 귀울이긴 커녕 '쿨게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된 분들뿐 아니라 성적 소수자들에게도 실례가 되는) 비난만을 날리며 맹진을 해 버렸죠.
이미 너무 적진 깊숙히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솔직히 여기서 후퇴해 봤자, 리더가 없는 시위대는 각개격파 당해 자멸할 수 밖에 없게 되었죠. 조금이라도 후퇴의 기색을 보이면 공격을 강화하는 현 정부를 보면 알 수 있듯.

그렇기때문에 이대로 돌진해서 적을 끌어안고 공멸하는 수단밖엔 남지 않게 되버린 거겠죠. 씁쓸한 이야기에요.(쓴 웃음)
Commented by JOSH at 2008/07/02 11:05
한국사람들은 오래끄는거 안 좋아하니까요..
게다가 물러서면 정부가 이겼다고 생각할거다 하는 공감도 퍼저버렸으니...

돈 나중에 주겠다고 달래 돌려보내는 놈 중에 떼먹고 도망가지 않는 놈 없더라.. 정도?
Commented by 쇼코라 at 2008/07/02 11:28
확실히 오래끄는 거 안 좋아하죠. 외국 살면서도 그 근성 못 버려서 트러블 일으켰던 기억도.^^;;

하지만 지금 이대로 달려봐야 돈 돌려받을 가능성이 안 보인다면, 다른 방법도 구사해 봐야 하는게 아닐까요.
적어도 저희 손에는, 초라해보여도 실은 굉장히 큰 '선거권'이라는 담보가 아직 남아있지 않습니까.

5년짜리 마라톤을 3개월짜리 단거리주법으로 달려봐야 도중 기권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7/02 18:41
물러설 시기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만 일관하며 그 어떤 양보도
하지 않는 쓰레기 들을 앞에 두고 물러선다는건
곧 니들 멋대로 해라라고 공인해주는 거나 마찬가지죠
정부의 태도가 어땠는지는 조금만 찾아봐도 아실텐데요?
Commented by 푸른달팽이 at 2008/07/02 10:55
한마디로 요약하면...
"승산이 없다."

숨어있는 이야기를 포함해 두마디로 풀면
"승산이 없다. 이제 그만두기 시작해야 한다"

삼단논법으로 만들면
승산이 없는 것은 그만두기 시작해야 한다
촛불집회는 승산이 없다
그러므로 촛불집회는 그만두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말인데요.

1. 승산이 없는 것은 그만두기 시작해야 할까요?
2. 촛불집회가 승리하는것이 어떤 상태를 말하나요?
지금도 매일 승리하고 있지 않나요?
승산이 없는 높은 경지를 승리로 간주하고 있으신거 아닌가요?
Commented by 쇼코라 at 2008/07/02 10:57
그런데 이렇게 써 놓고 문득 떠올랐는데, 더 근본적으로 정부도 시위대도 서로를 '설득해서 함깨 걸어가야 할 같은 나라 국민'이라기 보단 '찍어 눌러야/타도해야 할 적'이라고 보고 시작한게 문제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 자신도 어느샌가 '공존'이 아닌 '대립'을 전제조건으로 놓고 생각하게 되었군요. '적'이라는 표현을 당연하게 쓰다니. orz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7/02 18:46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정권은 지들 멋대로 해처먹고 싶은데 방해하는 것들이 있고
대가리속이 80년대에 머물러 있으니 그따위 짓을 하는거고
집회 참여자들은 평화롭게 시작했는데 얘기는 안듣고 씹기만 하다가
폭력으로 입다물게 하려고 하니 당연히 반항할 수 밖에요

'찍어 눌러야/타도해야 할 적'이라고 보고 시작한게

....너무 순진하신 생각이 아닌가 싶군요
적어도 초기부터 집회 참여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 한적 없습니다
공존이요? 두가지만 물어보죠
쇼코라 님께선 누군가가 님을 졸라게 패고 나서
폭력은 나빠효~ 사이좋게 지내효~
이런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전혀 아무런 처벌도 받지않고
사과도 없다면 그 사람과 공존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리고 두번째는 님은 그렇게 할 수 있다 치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나요?
Commented by 쇼코라 at 2008/07/04 11:32
현 정부에 대해서라면, 확실히 처음부터 남의 말 들을 생각따위 없어보이긴 했죠.
하지만 정부를 지지하는 일반 시민들, 중립론자 등, 분명 공존과 설득이 가능했던 사람들도 '적'으로 보고 우르르 몰려가 악플세례를 퍼 부어 굳이 적으로 '만들어버린' 케이스를 몇건이나 봐 버린걸요.

타도하기 전에 우선 공존이 가능한 상대인지 아닌지 생각해 보는 마음을 잊지말자고 하는게 그렇게 순진한 생각인가요? 그렇다면 전 그냥 순진하게 살겠습니다.


그리고 초기의 집회는 분명 그런 마인드였군요. 최근의 신경질적인 분위기에 젖어 저 자신도 신경질적이 되어 어느샌가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반성하겠습니다. 이 날카로운 분위기 속에 여전히 꿋꿋하게 초심을 잃지 않으신 분들에게 실례를 저질렀네요.


+ (옛날부터 얻어맞고도 한대도 되치지 못했던 성격이긴 했습니다.)
Commented by xeraph at 2008/07/02 11:00
최근 뉴스를 보면 아시겠지만 입으로만 대운하 철회이지 이름만 바꿔서 이상한 일을 계속 시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충주호 물길 100리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등 -_-
Commented by 라이프펜 at 2008/07/02 11:07
한번 논의해 보시지요.

다만 한가지. "과거의 추억"에 빠지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1) 먼저 우리는 비폭력 촛불을 통해서, 6.10 - 5.18 - 4.19 그리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광주학생의거에까지 이르는 순수한 젊은 영혼들의 공동체 위한 투쟁의 역사를 단절없이! 다음 세대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점은 동의하시죠?

2) 1)에 동의하신다면, 촛불시위가 실패했다고 단정하고 퇴각해야 한다는 말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퇴각을 한다면 어디로 해야하는지요? 국민 개개인의 마음 이외에 퇴각할 진지나 요새가 따로 있는지요.

3) 촛불들이 홀연히 꺼질지, 아니면 영원히 불타오를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하던-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뭔가"를 남길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선배들로 부터 분명한 '뭔가'를 물려받았듯이.

굳히 퇴각의 방식을 구하자면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질긴놈이 이긴다" 그리고 "촛불소녀들이 동의하면 우리도 양보(?)하겠다고요" 다시말해서

아이들이 원하지 않으면, 우리는 물러날 "자유"가 없다는 의미도 됩니다. 퇴각을 모색하신다면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하실지 방법을 강구해주세요. 저는 방법이 없어서 오늘도 구국미사에 나갈겁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가별이 at 2008/07/02 11:15
왜 승산이 없는 것인지 명확하게 공감이 가는 이유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이번 촛불집회는 80년대식의 투쟁의 연장선상에 있기는 하지만 거리가 멉니다. 이미 시스템과 방식 자체가 다르지 않습니까?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걸고 하는 투쟁이 아니라 소통을 필요로 하는 현상이라고 보입니다. 얻어낼 것이 없을 것 같아서 물러서자고 하시는 것 같은데.. 몸이 아프면 열이 나듯이 지금의 촛불집회는 그러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이 나지 않으면 몸의 세균을 죽일 수가 없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단지 종교 집단에 의지하면 안된다는 얘기 같아보이네요. 전체적으로 흐르는 얘기중에서 가장 그게 핵심으로 보입니다. 종교집단에 의지하게 되었으니 그만하자는 얘기로 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Commented by 에이프릴 at 2008/07/02 11:24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군요. 구오스님 말마따나 순진함과 단순함에서 거리로 뛰어나온 저는 그 순진함과 단순함을 무기로 하되 대통령의 담화 한마디에 우리가 얻을 것을 얻었다 생각하며 일보 후퇴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트랙백 걸고 갑니다.
Commented by 지나가설라무네 at 2008/07/02 12:10
솔직히 말해 폭력시위는 승산이 없다. 96학번인 나는 폭력시위의 종말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전대협은 결국 연세대 안에 갇혀서 완전히 진압당하였다. 이걸 다시 반복하자는 구세대는 빨리 추억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Commented by 로베르타 at 2008/07/02 12:16
저도 같은 생각을 했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첫째로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언론,방송사를 이명박 일당들로 장악한뒤
두번째로 인터넷을 장악하겠죠. (이미 실명제 시작)

그리고 추진하던 공기업 민영화와 대운하 삽질 시작하는 겁니다.

그때가서 아무리 부르짖고 서울광장에서 모여봤자
전두환 시절의 광주와 같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명박은 정말 쥐대가리니까요...
(쥐가 얼마나 영리한지.... 소름끼치도록 영리한 동물 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 사태로 해결이 불투명해서...
더더욱 암흑 같습니다.(빌어먹을...)
Commented by 그런데요. at 2008/07/02 12:21
리스크는 모든 국면마다 존재하지 않았나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철수가 아닌 새로운 국면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로 보입니다. 기분 나쁘실지 모르겠지만 도망가시려고 이유 찾기 바쁘신 것 같군요.
Commented by 관성 at 2008/07/02 12:29
시국판단의 기준을 80년대 파쇼 투쟁에서 찾고 계시군요. 관성에 젖은 사람은 사제가 아니라 글 쓰시는 분 같습니다.

승리가 어떤 승리입니까? 어떤 승리를 원하시나요? MB가 헬기타고 괌으로 도망가는게 승리입니까? 그건 80년대도 아니고, 50년대의 관성입니다.
Commented by dammaa at 2008/07/02 12:45
네네. 열심히 폭투하면 답이 나오나요?
Commented by 아민 at 2008/07/02 12:50
Cloudia님 의견에 동감하는 2人.
현재의 촛불은 승산을 따질 성격의 투쟁이 아닙니다.

그리고
[ 적은 장기전/진지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KBS와 MBC, 인터넷의 무력화이다. 이 싸움에 집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조중동의 무력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싸움이다. ]
이 부분은 정말 맞는 말입니다. 냉철한 판단 감사합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도 조중동의 위험성이 비교적 가벼운 사항이 되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있는 조중동 안보기 및 광고기업 불매운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조중동에 길들여져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죠.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야 할까요?
Commented by 狂工크랜 at 2008/07/02 12:55
촛불을 들었던 수십만명이 다 같이 폭력에도 동참한다면 말씀하신 '승산'이란 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폭력을 쓰는 순간 시위에는 기껏해야 수백명밖에 안남을 겁니다.
이미 검증된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폭력에는 승산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국민'이 원하는 게 뭔지 명확하지 않나요.
느릴지는 몰라도 국민이 원하는 방법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런∼ at 2008/07/02 13:09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미 사람들이 이 상황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리고...'이제 촛불 그만 들었으면...'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제 주변에 많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거죠. 많이들 지쳤고. 그리고 mb가 쉽게 우리의 청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체념상태에 빠지고 있어요.
하지만....어쩔 수 없어요.
비폭력 촛불은 계속 이어져야만 해요. 다른 방법은 사실 없습니다.
Commented by 아프리에느 at 2008/07/02 13:23
방송 언론 및 인터넷의 무력화와 광우병 사태는 올인 할 카드가 아니었다.
이 두 부분에는 정말 공감합니다.
불편한 글이지만, 마냥 틀린 말은 아닌 것 처럼 생각되네요.
당장 시위를 접기 보다는 장기전에 대응할 우리 시민들만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염군 at 2008/07/02 13:51
대운하를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대운하를 의논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쇠고기+대운하 = 국민의 신뢰 완전 X라는 수식이 나옵니다.

쇠고기부터 해결하고 대운하를 밀어 붙이겠다(실제로 대운하를 포기하겠다라는 공식적인 발언은 없었습니다. 논의를 미루겠다라는 건 있었지)

라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명박이 리더십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가지 포괄적으로 명박이의 설레발+국민의발끈+언론의설레발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어루어진 것이 이번 쇠고기 사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위는 계속 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뜻이 이루어 질때까지요.

지방이라 서울에 참여하러 갈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Commented by 나타라시바 at 2008/07/02 14:04
굳이 따지자면 구오스님은 촛불시위 찬성자 중에서도 폭력 맞대응에 찬성하는 쪽인 것 같군요.

특히 천주교 개입에 의한 촛불시위에 비무력, 비완력화에 반감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 글은 구오스님처럼 폭력 맞대응도 가능하다는 입장의 분들에게는 동의를 얻을지 모르지만 비폭력 노선을 주장하는 분들을 설득하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로 이미 비폭력 노선에 찬성하시는 분들께서 이 글에 많이들 이의를 제기하신 것 같군요.


최근 시위의 폭력화에 반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고 그것이 시위 참가자 자체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 민중 운동으로서의 영향력이 대폭 약화되는 상당한 문제를 야기하였습니다.

이것이 비폭력 노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요소인데, 만약 비폭력화를 반대한다면 이런 현상이 별 문제가 아니라거나 또는 이런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더 우선적으로 지향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inny at 2008/07/02 14:39
사람으로 사회에 태어나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을 바랄 뿐인데,

꼭 싸워야만 하나효.
Commented by Julianus at 2008/07/02 14:56
"파쇼 앞에서 왜들 발라당 드러눕냐? 니들이 창녀냐?" 이말은 실수하신 거 같습니다.저런건 2mb나 하는 말이지요.하지만 글의 전체적인 내용에는 동감합니다.물러날 시기를 이미 놓친 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미리내 at 2008/07/02 15:28
Commented by 답은 하나 at 2008/07/02 15:31
국민들의 전체적인 인식 및 수준향상 아니면
................................................................
................................................................
대다수가 뼈저리게 몸으로 직접 겪어서 어떤 깨우침을 얻어야 변화가...

하지만 그런 깨우침의 계기가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표라도 제대로 모였으면 쯥...
Commented by highseek at 2008/07/02 16:44
개인적으로 촛불시위 뿐만 아니라 좀더 다양화된 방법으로 의견개진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조중동 끊기운동을 참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지 촛불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꼭 거리가 아니더라도, 시위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좀더 많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의 위트를 기대합니다.
Commented by 철없는남편 at 2008/07/02 17:19
우리는 별 꼴 다 당했다. 니들이 뭘 아느냐? 인걸까?
촛불집회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 순진함 때문입니다.
그 시절을 몰랐기 때문에 분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박대통령 사망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고 전두환 시절에 입조심을 해야만 했던 세대는 그 때와는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극한 상황이 되어야 손에 뭔가를 들고 거리로 나서겠지요.
저는 지금이 철수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우리를 경악시킬 것이고 그 경악에 서서히 익숙해 질 것입니다.
그리고 대중의 미래는 눈치채지 못할 만큼 조금씩 어두워져 갈 것입니다.
조그만 촛불이라도 끊임없이 켜져 있어야 합니다.
일본 학생운동이 적군파처럼 한번 크게 타오르고 불씨조차 없어지게 된 것 과 같이
경찰 과격진압과 우익단체의 테러로 폭력화되면 다시는 여중생, 여고생, 유모차가 거리로 나올 수 없습니다.
일단 거리에 나서려면 선배들과 우리 세대처럼 각오하고 나서야 할 것입니다.
쇠파이프가 나오고 경찰이 손가락을 물어 뜯는 상황
사제단은 이 위험스러운 시기에 촛불을 지킨 것입니다. 비폭력을 유지해서...
고교 신입생의 시신이 4. 19.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아니라 교복을 입은 소년의 피가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약한 자, 순진한 자의 희생이...
Commented by 2071 at 2008/07/02 17:51
저와 생각이 같은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음.. at 2008/07/02 18:40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다지 납득은 안됩니다. 쥔장님은 '경악'과 '순진함'으로 이루어진 촛불집회라 금방 사그라들거라 여기시는지 몰라도 요즘 젊은이들 여간내기가 아닙니다. 수뇌부도 뭣도 없는 촛불집회가 이미 이만큼의 성과를 거둬냈는걸요.
무엇보다 그렇게 콧대세우고 훈계조로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렇게 아끼고 아끼시던 말씀을 비난당할 각오마저 하고 꺼내셨다면 뭔가 생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무조건 그만해라. 그만하면 장땡인가요? 어떻게 그만할건데요?
딴거해라. 딴건 어떻게 할건데요? 그렇게 하면 안 진다는 보장은 있나요?

지금의 강압적인 정부가 그렇듯
난 더 많이 알고 당신은 모르니까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이런 글이 전 꽤나 불편합니다.
Commented by 사발대사 at 2008/07/04 01:45
지금 덧글들을 쭈욱 읽어 내려오다 음..님의 글을 읽고 가장 공감이 갑니다.
아마 구오스님은 80년대 운동권 출신 이신 듯 한데 그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면 음..님의 덧글 마지막 두 줄이 납득이 갑니다.

그 당시 일부 깨인 대학생 운동권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은 군사독재 일당에 대한 인식이 뭐랄까 순진한 면이 많이 있었고 그랬기에 운동권에서는 국민을 교화의 대상으로 보았고 당시에는 그런 접근이 어느 정도 타당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이 일상화되고 작가와 독자의 구분이 없어지고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모호해진 현재는 80년대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면에서 다릅니다.
구오스님의 의견은 그런 식으로 이해했을 때 일종의 문화지체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22 at 2008/07/02 22:27
이건 뭐 촛불 시위에 나오는 아저씨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네요. 이러니까 아무리 젊은 사람들이 비폭력을 외쳐도 관철되지가 않죠.
Commented by xXx at 2008/07/02 23:05
촛불시위를 끝나는 타이밍도 중요한데 지금 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修身齊家萬事成 at 2008/07/03 00:45
포기하면 편하지요,
십대 소녀들이 먼저 나온건 급식에 광우병 소고기가 올라와도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Commented by 장마 at 2008/07/03 00:52
저랑 생각이 거의 같으시군요.
Commented by LINK at 2008/07/03 01:49
대운하 포기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 외에도 끊임없이 스스로 꺼리를 만들어 주는 한 촛불집회는 아마도 계속될 거 같습니다만.... 전 그냥 '이젠 소고기 얘기가 아니라 다른 이야기도 시작하자'가 더 중요한 듯 싶습니다.
매일 모이는 사람이 다 같은 사람도 아니쟎아요?
Commented by 크리 at 2008/07/03 14:59
이 글 쓰신 분이야말로 80년대 데모 관성에 얽매이신 것 같네요. 정권을 단 기간 내에 퇴출시키기 위해서라면 촛불시위가 다소 약해보일지 몰라도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약간 시간이 더 걸리는 대신 희생이 더 줄어듭니다. '현 세대 젊은이들이 너무 순진해서 멋 모르고 나왔다.'라는 기조를 가지고 계신 듯 한데 보고 들은 거 많아서 훨씬 영악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더 계산적이고 집요하게 접근합니다. 그러니 굳이 이런 힘 빼는 이야기는 안 하셔도 될 것 같네요.
Commented by 나야꼴통 at 2008/07/03 16:50
촛불이 승산이없다라...

이게 축구 경기 처럼 타임아웃이 있는 경기 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시간제 경기 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80년대 당시나, 얼마전 까지의 폭력 시위 였다면,
승산이 없는 게임이 될수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비폭력 저항운동이 지속된다면,
정부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 될것이며, 이것은 국내외 신뢰도 와
직결이 되는 문제가 될것 같습니다.

비폭력으로 최대한의 압박,

그것만으로 우리는 승리 한것입니다.
이렇게 하고 있는데도 저지르는 행태 라면, 지금 은 승산없다고
한발빼는 순간, 더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사발대사 at 2008/07/04 01:53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세상에 깝깝하게 살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Commented by 사발대사 at 2008/07/04 01:55
http://housezip.egloos.com/534468

구오스님의 포스트읽고 힘빠지는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세요.
Commented by 타키온 at 2008/07/07 00:06
공감합니다. 벌써 퇴각 구상이 대책위에서 나왔더군요.
현명한 판단이지요. 촛불시위는 위대하나 (그것도 평화적인) 5년 내내 해봐야 이명박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이 동력이 진보신당에게 백석 이상의 의석을 몰아줄 정도로 성숙되는 기적이 몇 년 후에 벌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 저는 그게 관건이라고 봅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최장집의 일갈도 일리가 있지요)

빠른 기적이 벌어져 이명박이 하야를 해도 박근혜 대통령 정도의 대안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이 참담한 정치, 사회적 역량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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