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꺼지면 죽는다

촛불시위의 끝이 어떻게 될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지세력 결집과 공권력에 대한 통제 강화를 통해 정국을 주도하려는 이명박정권이 승리할지, 광우병 쇠고기 이슈를 넘어 반이명박 전선을 확대하려고 하는 진영이 승리할지...

지금으로선 이명박정권이 유리해 보입니다. 이명박은 공권력과 광범위한 관변단체 및 기관, 조중동S 등 주류 언론, 기독교 세력 그리고 영남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습니다. 막강한 파워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진지전을 통해 승부를 장기전으로 가져가려 하고 있습니다.

반이명박 진영은 기동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촛불로 상징되는 비폭력 가두시위가 이들의 위력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이들의 기동력은 MBC와 KBS 그리고 아고라 등 기지의 공급이 없으면 그 위력이 10분의 1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명박진영이 끈질기게 MBC와 KBS, 인터넷 등 촛불시위 진영의 '진지'를 점거해가면 이들의 기동력은 거의 유명무실해질 겁니다.

전쟁에서 아무리 공군력이 우세해도 전투기와 폭격기의 기지를 상실하면 소용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촛불시위 진영은 그 기지(진지)의 규모와 숫자 등에서 이명박 진영에 비해 불리합니다.

애초에 이명박정권은 타협이 불가능한 정권이었습니다. 이들이 권력을 잡은 배경 자체가 "도저히 좌파(진보)와 한 하늘 아래서 살 수 없다"는 범보수 진영의 일치된 공감대였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고 보는 그 좌파 진영의 실상이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과연 좌파인지 또는 중도나 중도 우파인지의 논란은 워낙 이런저런 이견이 많고 또 하루이틀 사이에 결론이 날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건너뜁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리 느슨한 잣대를 들이댄다 해도 이들이 시도한 개혁(변화)이란 것은 극히 온건한,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극히 불완전하고 타협적인 내용의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까놓고 말해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기조차 창피한 수준의 개혁을 했던 정권들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범보수 진영은 이렇게 불완전한, 어떻게 보면 보수 우파들이 가장 환영할만한 내용의 변화조차도 견딜 수 없어 했습니다. 북한 퍼주기 논란이 대표적이지요. 사학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0년간은 어떤 의미에서 '잃어버린 10년'이 맞습니다. 우리나라 우파들이 스스로 주제를 알고 변화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시간을 그냥 허송세월했으니까요.

우리나라 우파들은 털끝만큼의 변화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수용할 수 없는 세력이라는 게 지난 10년 동안에 분명해졌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우파들이 김대중 정권이 등장하기 이전에 비해 바뀐 게 있나요? 정말 털끝만큼이라도 변화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증거가 단 하나라도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우파는 1980년대에 했던 주장을 지금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을 요구하고, 엄정한 대처와 심지어 발포를 주문합니다. "전두환이 딱 하나 잘못한 게 있다면 김대중을 사형시키지 않은 것, 라도 깽깽이들을 몰살시키지 않은 것"이라는 낡은 세리프도 다시 등장하더군요. 이거 그동안 장롱 깊숙히 고이 모셔뒀다가 다시 먼지를 털고 휘두르는 모양입니다.

조갑제같은 또라이들이 대표적인데, 이들을 욕하면 소위 쿨한 척하는 우파들은 인상을 찌푸립니다. 나름대로 배울만큼 배웠다는 애들입니다. 자신들은 다르다는 거지요. 조갑제같은 또라이들과 한묶음으로 묶어서 우파들을 도매금으로 매도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우끼지 마세요.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식으로 보나 사고의 치열성으로 보나 자신의 주장에 대한 책임성으로 보나 우파 진영에서 조갑제보다 나은 애들 거의 없습니다. 조갑제가 하는 말에 반박하는 우파 보신 적 있으세요? 없을 겁니다. 조갑제 말에 동의하거나 또는 그보다 나은 말을 할 자신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쿨한 척하는 좌파들도 골때리는 것은 마찬가지지요. 요즘 길거리에서 설쳐대는 진중권이 대표적이죠(대선 전에는 "나는 오바마 지지해요~" 어쩌구 헛소리 찍찍대며 이명박에 대해 한마디도 안하던 친구가 지금 와서 웬 설레발인지 모르겠어요. 뒤늦게 무슨 증명사진 찍자는 건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더니 거 참~~).

이 친구들 늘상 입에 달고 다녔던 소리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나 한나라당 정권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이었죠. 한나라당이 다시 집권해도 시대를 거슬러갈 수 없다는 얘기, 정색하고 했습니다. 촉새 유시민과 값싼 주댕이 노무현은 "멋진 야당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그랬죠? 항상, 그놈의 개똥철학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좌우파가 51 대 49 구도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구도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우파는 이 구도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한 우파의 선택이 이명박정권을 만든 겁니다. 그래서 이명박정권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정권입니다.

이명박정권의 저러한 선택이 과연 성공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성공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명박정권의 저 시도가 성공할 경우 한국은 곧장 1980년대로 급전직하, 추락합니다. 이명박정권의 성공은 곧 한국의 비극, 한국의 몰락입니다. 대중들은 그걸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쇠고기 문제를 계기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정권의 승리는 곧 우리나라를 1980년대로 되돌리려는 보수우파가 전면에 등장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은 1980년대에서 털끝만큼도 변화하지 않은, 앞으로도 결코 변화할 수 없는 세력입니다. 이들이 개혁을 할 수 있을까요? 이들이 하는 개혁이란 것은 실상 지난 10년간 만들어놓은 최소한의 개혁적 장치들을 파괴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려운 시기 같습니다. 이번 촛불에서 지면 당분간 반이명박 진영은 거의 토끼몰이를 당하게 될 겁니다. 제가 지난해 중반에 썼던 글에서 "이명박이 승리하면 미친 개떼들이 풀려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죠. 그 미친 개떼들 이미 풀려나왔고, 여기에 경악한 사람들이 촛불 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밀리면 이제 그나마 촛불 들고 나올 사람들도 거의 사라집니다. 다들 숨 죽이게 될 겁니다.

90년대에 파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많이 부르던 노래 귀절이 떠오릅니다.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지금, 우리는 죽느냐 사느냐에 기로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by 구오스 | 2008/06/29 17:4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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