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삼당합당 노리는 이명박

김동길이 자신의 블로그에 '가장 두려운 개인, 김대중'이란 글을 올려 호남=백제, 김대중=백제의 한을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몰아간 것이 지난 5일의 일이다. 김동길은 이 글에서 북한=고구려며, 핵폭탄을 만들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틀 후인 7일, 이명박은 폴란드 방문 길에  유럽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지만 그 돈이 핵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의 '햇볕정책'을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터져나온 이명박과 김동길의 발언은 두 가지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 첫째, 호남에 대한 공격 둘째, 호남과 북한의 동일시이다.
 
호남에 대한 공격에서부터 얘기해보자. 김동길은 무려 1400여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한반도를 신삼국시대로 재편하려고 시도한다. 그에 의하면 호남은 백제이며, 김대중은 그 한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들 때문에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틀이 위협받고 있다. 이 글에서 김동길은 북한=핵폭탄이라는 복선도 깔아놓는다.
 
김동길이 띄운 공을 이명박이 스파이크한다. 김대중, 노무현이 추진한 햇볕정책이 결국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도와줬다는 주장이다. 결국 김동길-이명박 콤비는 백제=호남=김대중/노무현=북한=핵무기라는 방정식을 제시한다. 당근, 신라=경상도는 이러한 악의 무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사수하는 정의의 사도가 된다. 

이명박의 발언은 해외에서 한 것이지만 그 발언이 의식하는 대상은 명백히 국내 정치 세력들이다. 가령 북한과 전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해도, 이명박의 이번 발언은 전혀 불필요하다. 전쟁을 앞두고 내부의 정치적 반대파를 저렇게 자극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반발 따위는 애초에 관심 밖이었고... 

김동길-이명박의 이번 발언은 이회창의 선진당에 노골적으로 던지는 추파와 세트를 이룬다. 실은 이회창이나 선진당이라기보다는 충청권에 던지는 러브콜이라고 해야 한다. 국무총리 자리는 그 러브콜에 따라오는 떡밥이고. 

이렇게 정리하면 이명박이 말했던 이른바 중도통합의 내용이 분명해진다. 신 삼당합당이 그것이다. 사실은 3차 삼당합당이라고 봐야 한다. 1차는 김영삼, 2차는 노무현이 추진했다. 1차는 성공했고, 2차는 좌절했다. 하지만 1차부터 3차까지 삼당합당은 결코 변하지 않는 컨텐츠를 공유한다. 그것은 바로 호남의 고립, 호남 포위라는 구도이다. 

김대중이 최근 본격적으로 이명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이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실제로 김대중의 발언에 대해 상당히 심각한 위협감을 느꼈다는 것을 최근 조중동의 논조나 김동길 등 우파 꼴통들의 언행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은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절실한 요구를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영남 패권주의 세력이 끊임없이 삼당합당, 호남고립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영남 패권주의의 집권을 보장해주는 가장 유력한, 실은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1차는 성공했고, 2차는 실패했다고 했지만 사실 결과적으로는 2차도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명박의 집권이라는 결과가 그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성공했던 시도... 그러니 이들이 끊임없이 이 구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도 삼당합당, 호남 고립화는 성공할 가능성이 꽤 높다. 하지만 여러가지 난점도 있다. 실상 호남 고립화는 곧, 충청권의 견인일 수밖에 없는데 이게 과거처럼 만만한 작업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1차 삼당합당은 김종필이라는 충청권 맹주를 설득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게, 별 비용 부담 없이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충청권에 이렇다 할 맹주가 없다. 이회창이 그 역할을 하려고 하지만, 과거 김종필의 영향력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작업도 훨씬 복잡해지고, 비용 부담도 커진다.

이명박이 충청권을 끌어들이려고 할 경우 행정수도 이전이 예민한 의제가 된다. 이명박의 욕심으로야 심대평 정도에게 국무총리 자리 하나 떼주는 것으로 거래를 끝내고 싶겠지만, 이건 이회창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카드이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내 짐작으론, 이명박이 결국 행정수도 문제를 양보할 것 같다. 다른 카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럴 경우 이명박이 감당해야 하는 정치적 비용도 무척 크다. 김문수가 올해 들어 입만 열면 수도권 규제 문제를 놓고 이명박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실은 행정수도 문제가 충청권과의 정치적 거래의 카드로 쓰일 가능성을 읽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위상에 위협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을 내다보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수도 문제를 양보할 경우 이명박은 수도권의 반발이라는 비용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신 삼당합당, 호남 고립화가 성공하기 어려운 요인이 또 있다. 김영삼이 삼당합당을 쌈빡하게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호남의 정치적 위상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점에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연 1990년 당시처럼 그렇게 일방적으로, 호남이 고립 당하게 될까?

1980년 당시에는 광주에서 어마어마한 학살이 벌어져도 최소한 제도권에서는 찻잔 속 태풍으로 간단하게 정리하고 지나갈 수 있었다. 1990년의 삼당합당도 노무현과 몇몇 꼬마 민주당의 반발이 있기는 했지만 쌈빡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2005년 대연정 제안은 좌절했다. 표면적으로는 한나라당의 거부 때문이었지만 실제로는 열린우리당 집권 세력의 반발이 더 큰 장애물이었다고 본다.

그 제안은 민주개혁 진영을 분열시켰고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에게 정권 탈환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제안을 한 노무현은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고, 그 내상은 결코 치유되지 못했다. 그만큼 삼당합당, 호남 고립화에 대해 반대하고 거부감을 갖는 세력이 늘어났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어설픈 삼당합당, 호남 고립화 시도는 심각한 저항을 불러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차 삼당합당 시도의 실패는 노무현이 고스란히 뒤집어 썼지만, 이번 시도가 실패할 경우 누가 피해자가 될까? 이회창? 물론 이회창도 피해자가 된다. 하지만 대중이 이런 정치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 대상은 그만한 중량감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 식으로 표현하자면 '깜'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회창이 그만한 깜이 되나? 이번 삼당합당에 분노하는 대중이 기껏 이회창을 몰락시키는 것으로 만족할까?

그게 아니라는 답변을 바로 조선일보가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 주필인 강천석이 10일자 지면에 발표한 '이명박·이회창 연대설과 민주당의 고립'이라는 칼럼이 그것이다. 이명박의 발언 이후 사흘만에 내놓은 글이다. 이것들, 참 줄줄이 사탕으로 손발이 짝짝 맞는다.

이 칼럼은 이명박-이회창의 연대설에 언급하면서 민주당이 고립될 것을 우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일보가 민주당의 고립을 걱정한다? 이번 칼럼은 그래서 너무나 얄팍하게 조선일보의 속셈을 보여준다(조선일보 인력들의 능력과 열정이 과거 선우휘나 김대중 시절에 비해 엄청나게 저하됐다는 산 증거다).

조선일보는 이명박-이회창의 연대설을 무기로 민주당에게 '공갈'을 치고 있다. 야, 니들 과거 삼당합당 시절처럼 또 당해보고 싶어? 겁나지? 니들 고립된단 말야... 겁을 내란 말이야. 자, 그러니 적당히 하고 얼른 장내로, 국회로 들어와. 그래서 미디어법도 잘 타협해서 처리하고... 어때, 형님이 이렇게 걱정해주시는데, 눈물 나도록 고맙지? 노무현 봐라, 형님한테 개기더니 결국 부엉이바위에서 몸 날리는 거 봐라... 니들도 그 꼴 되기 싫으면 형님 말씀 잘 듣고, 알아서 기란 말야...

강천석이 말하고 싶은 것은 대충 이런 거다.

강천석 아니 조선일보는 이번 삼당합당 시도가 그다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성공할 가능성도 과거에 비해서는 낮고, 설혹 성공한다 해도 그 후유증이 상당히 클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저런 공갈을 때리는 것이다. 민주당이 겁 먹고 들어오면 제일 해피한 결과가 된다. 김대중 영감이 눈엣 가시이기는 하지만, 요즘 영향력도 옛날 같지 않고 무엇보다도 건강 상태를 봐도 그다지 오래 살 것 같지는 않다... 그럼 민주당 남은 무리들 요리하는 것이야 애들 팔목 비틀기라는 계산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의 이번 공갈이 먹혀들까? 그럴 수도 있다. 민주당이 조선일보의 공갈에 넘어갈 경우 이명박은 확실하게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임기 말까지 별 무리없이 4대강도 죽이고, 남북관계도 죽이고, 호남도 짓밟고... 하고 싶은 짓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마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본다.

결론 : 민주당은 공갈에 넘어가지 마라. 버텨라. 버티다가 다 죽을 것 같다고? 그래도 버텨라. 여기에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 반면, 버티지 않아도 결국 죽는다. 버티다가 죽으면 '그래도 버티다가 죽었다'는 소리라도 들을 텐데, 버티지도 않으면 '버티지도 못하고 그냥 스스로 알아서 뒈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기에는 전혀 희망이 없다.

강요할 생각은 없다. 선택은 니들 몫이다.

by 구오스 | 2009/07/11 01:06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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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오그드루 자하드 at 2009/07/11 01:27
김동길 교수님께서는 뭐랄까, 지역주의에 대해 공부를 더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한국의 지역주의를 반호남 지역주의로 정의하는 것은 분명 우리사회의 지배적 관점과 대립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지역주의에 대한 우리사회의 지배적 관점은 지역주의 문제를 영호남 갈등 혹은 이들 간의 지역감정 대립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1977년 자료를 이용해 김진국(1984)은 지역민 상호간의 호오태도를 100점 척도로 계산하였는데,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지역주의 문제를 영호남 지역감정으로 이해한다면 지역민 상호간 호오태도에 있어 영호남 간의 거리가 크게 나타났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달랐다. 우선 호남 출신이 가장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지역민은 영남출신이었다. 역으로 호남 출신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지역민은 서울과 충청 출신으로 나타났다. 호남 출신에 대해 가장 덜 기피한 것은 영남 출신이었다. 이는 1970년대 중후반의 시점에서 볼 때 한국의 지역주의는 영호남 지역감정의 대립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호남출신에 대해 비호남 출신 전반의 사회적 거리감이 크게 나타났지만, 그 중에서 영호남 출신 간의 거리감은 가장 작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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